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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 배운 대로 하면 집에서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집에 도착해 우는 아기를 안는 순간, 머릿속에 있던 순서가 모두 사라지더라고요.
저희 가족의 첫날은 잘 준비된 하루보다는 서로에게 적응하기 시작한 날에 가까웠어요. 조리원에서 돌아오던 아침부터 잠 못 이루던 밤까지, 지금도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1. 귀가 준비, 남편은 바구니 카시트를 들고 왔어요
조리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남편은 새벽부터 바구니 카시트를 들고 찾아왔어요. 제가 몸을 회복하며 아기 돌보는 법을 배우는 동안 남편도 바빴답니다. 아기 이름을 짓고 출생신고와 지원금 신청을 하고, 집을 청소하고 아기용품을 준비했어요.
유모차와 카시트는 새 제품이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업체에 세척·소독을 맡기기도 했어요. 당시 저희가 선택한 준비 과정이었고, 모든 새 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는 뜻은 아니에요. 특히 카시트는 세척 방법이 제품마다 다르니 제조사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겠지요.
퇴소할 때에는 조리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카시트에 앉혔어요. 속싸개에 감싼 채 올려두는 것이 아니라 속싸개를 풀고, 아기의 몸에 맞게 안전벨트를 채웠답니다.
집까지는 가까웠지만 아기는 이동 중에 울었어요. 집에 도착해 안아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현관문을 들어와서도 울음이 이어졌어요. 그 순간 조리원에서 배운 것들을 차분히 떠올릴 여유가 없더라고요. 저는 우선 아기에게 젖을 물렸어요.
2. 첫 수유, 두 시간이라는 계획이 무너졌어요
젖을 물리자 울음을 그치고 열심히 먹는 아기를 보며 안심했어요. 하지만 수유가 끝나면 잠깐 쉴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답니다.
당시 저는 조리원에서 들었던 두 시간 간격을 기준처럼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한 시간 만에 다시 젖을 물리는 일이 반복됐어요. 한 시간 동안 쉬었다는 뜻도 아니었어요. 먹다가 잠든 아기를 안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다 보면 어느새 다시 먹일 시간이었거든요.
울음의 이유를 모르니 젖부터 물리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제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며칠 뒤에는 안아서 달래보며 간격을 늘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계에 맞추려고 배고픔을 참게 하는 방식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영국 NHS는 초기에는 아기가 한 시간마다 젖을 찾을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짧은 수유 간격만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아기의 배고픈 신호를 살피고, 수유가 계속 힘들다면 젖 물림과 충분히 먹고 있는지를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편이 좋겠어요. (출처: NHS 모유수유 초기 안내)
그때의 저에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네가 잘못하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책에나온 인터넷에 나와있는 시간과 계획표에 휘둘리지 마세요. 우리아이와 시간이 같을 수 없어요.
아기가 정말 원하는것을 모를 수 있지만 일단 세상에 한발짝 나온 우리아기에겐 부모가 세상에 전부이기때문에 안정을 찾아주고 이곳은 안전한곳이야 인식을 시켜주세요.
3. 기저귀를 갈고 나면, 다시 수유할 시간이었어요
첫날 기저귀를 누가 처음 갈았는지보다 선명하게 남은 기억은 돌봄이 끝없이 이어졌다는 점이에요.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필요한 곳을 씻기다 보면 하루가 지나갔어요. 그 사이 제 끼니와 집안일도 해결해야 했고요.
아기가 잠들었다고 바로 제 시간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어요. 다음 수유를 준비하거나 밀린 일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쉬는 순서가 맨 뒤로 밀렸답니다.
친정엄마가 오시는 날에는 미리 유축한 모유를 먹여주셔서 제가 잠깐 잠을 잘 수 있었어요. 그 두세 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 반대로 도움 없이 돌보는 날에는 한 시간도 깊이 못 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지쳤답니다.
그런데 침실에 누워 쉬면서도 거실에서 아기 울음이 들리면 몸이 움찔했어요. 엄마에게 맡기고 쉬어도 된다는 것을 알면서, 마음은 계속 아기에게 가 있더라고요.
다시 첫날로 돌아간다면 물건을 더 준비하기보다 도움을 구체적으로 나눠두고 싶어요. 수유 뒤 기저귀와 트림은 누가 맡을지, 제가 밥을 먹고 잘 시간은 어떻게 확보할지까지요. 아기를 돌볼 준비 안에는 엄마가 쉴 준비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어요.
4. 첫 잠자리, 아기가 자도 저는 쉽게 잠들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아기침대를 부부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두었어요. 아기가 깨면 일어나서 살펴보면 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집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아기침대를 바로 옆으로 옮겼어요. 가까이에서 상태를 확인하고 밤중 수유를 하기에도 훨씬 편했답니다.
아기가 잠든 뒤에도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걱정됐어요. 친정엄마는 옛말로 “크려고 용쓰는 거야”라고 하셨지만, 저는 배가 아픈지 어디가 불편한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했어요. 울음, 트림, 게워냄, 잠자는 소리까지 모두 새로운 질문이었지요.
다만 ‘용쓴다’는 말은 의학적인 진단은 아니에요. 숨을 쉴 때마다 끙끙거리면서 갈비뼈 사이가 들어가거나, 입술이 파래지고 잘 먹지 못한다면 바로 진료가 필요해요. 미국소아과학회는 이런 호흡 이상을 살펴보도록 안내하며, 잠자리는 단단하고 평평한 별도 공간에 마련하고 아기를 등을 대고 눕히도록 권합니다. (출처: 미국소아과학회 집에 온 신생아 돌보기 안내)
저희 아기는 100일이 지나도 가장 길게 잔 시간이 세 시간 정도였어요. 처음 세 시간을 잤을 때는 오히려 제가 먼저 깨서 숨을 잘 쉬는지 살펴봤답니다. 생후 112일쯤 네다섯 시간을 잤을 때는 꿈만 같았어요. 그렇다고 그날부터 모든 밤이 편해진 것은 아니었고,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또 다른 걱정이 생겼어요. 자기도 모르게 뒤집는 아기를 사고로부터 지켜내야 했거든요. 저는 아기가 여섯 달쯤 되어서야 잠든 뒤 잠깐 쉬는 시간을 조금씩 누릴 수 있었답니다.
돌아보면 ‘100일의 기적’보다 우리 아기와 제가 각자의 속도로 적응해간 시간이었어요.
둘째와 집에 오는 첫날을 다시 준비한다면, 모든 울음을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가족과 돌봄과 휴식을 나누고 싶어요. 첫째 때의 힘듦은 분명 컸고, 행복하다고 해서 잠이 부족한 몸까지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울던 아기가 제 품에서 진정하고 편안한 얼굴을 보여주면 제 세상도 함께 조용해졌어요. 저는 그 순간들이 좋아 다시 아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하루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던 제가 이제는 쑥쑥 크는 첫째에게 조금만 천천히 자라달라고 말해요. 처음 집에 온 날부터 저도 그렇게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나 봅니다.